2012.05.13.27:56.

2012.05.14 03:56 /2012-

8년을 넘게 기르던 고양이가 죽어 묻어준 다음 날, 잠에서 깬 남자는 무언가 사라졌다는 걸 느꼈다. 그날부터 보름이 넘도록 왠지 모르게 피곤하고, 이상할 정도로 몸의 기운이 없는 날이 계속되었다. 처음엔 고양이를 잃은 상실감 때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점점 증상이 심각해지자 남자는 병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신장이 하나 없으시네요, 이식 수술을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남자는 신장은커녕 맹장 수술조차 한 적이 없었다. 그의 몸에 수술 흔적이 없는 걸 확인한 의사는, 결과가 잘못 나온 것 같다며 남자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다시 검사를 했다. 결과는 같았다. 남자의 몸에는 신장이 하나뿐이었다. 재작년에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만 해도 남자의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불과 이년 사이에 신장 하나가 사라졌다. 남자는 물론 의사조차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허나 신장이 사라진 것 외엔 그의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어떠한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인지 남자의 하나 남은 신장은 건강했고, 의사는 지금 남자가 겪는 증상이 사라진 신장 때문이라면, 몸은 오래지 않아 하나의 신장에 적응할 것이고, 그럼 건강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의 말을 믿을 수 없던 남자는 이튿날 다른 병원을 찾아갔지만 결과는 같았다. 남자가 새로 알게 된 건, 어제 본 의사가 참 차분한 사람이었구나, 라는 사실 뿐이었다. 병원에서 돌아오며 남자는 많은 생각을 했다. 결국 그는 고양이가 죽은 날 자신의 신장 하나도 사라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것이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추론이었다. 증상이 나타났던 날을 떠올려보면, 그날은 아니더라도 그쯤 언젠가 사라진 것이 분명했다. 꿈같은 일이지만 현실이었다. 남자는 며칠간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고민했지만, 의사의 말대로 그의 몸은 점차 하나뿐인 신장에 적응했고, 이내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사라진 신장에 대한 고민은 반복되는 생활에 희석되어 사라졌다. 남자는 그저 가끔씩, 고양이가 생각나거나 묻어준 자리를 지나칠 때면, 왼쪽 허리 언저리를 만져보고는 했다.

Savina & Drones Stay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