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아닙니까. 저만 다른 곳인가요. 같은 세상이라 믿을 수 없는 나날이었습니다. 아니라면 그러면 안 되는 거였지요.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란다고 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사람도 자식에겐 인정이 넘치는 법이라 했습니다. 그럼 그 사람들은 내 부모가 아닌 게 확실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부모라면 자식에게 그러면 안 되는 거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충분히 이해가 되는 건 아닙니다. 제 얘기를 들은 누가 그랬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그럼 그들은 사람도 아닌 건가요. 그런데 왜, 아니 그럼 그들 말고도 지금껏 제가 만난 수많은 사람 아닌 것들은 무엇인가요. 사람은 원래 그렇게 적은 건가요. 모든 세상이 다 그런가요.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사랑한다 말할 수 있을까요. 뭔지 모르는 걸 베풀 수 있는 걸까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하는 건, 글을 모르는 사람에게 시를 쓰라고 하면, 대체 뭘 어떡해야 하나요. 사람이라면 태어날 때부터 사랑이 뭔지 알 수 있는 건가요. 받아 본 적 없어도 베풀 수 있는 게 사랑인가요. 그래서 ‘사람’과 ‘사랑’은 서로 닮은 모습인가요. 그럼 어떻게도 사랑을 모르는 저는, 역시 사람이 아닌가요. 부모가 사람이 아니었으니 자식도 마찬가지고, 그러니 그런 관계만 반복해 온 건가요. 그러고 보면 인간미 없다는 얘길 수도 없이 들어오긴 했습니다.
가끔 궁금합니다. 저는 말을 들을 순 있지만 할 순 없습니다. 할 줄 아는 거라곤 수화뿐입니다. 지금껏 제가 만난 사람들은 누구도 수화를 배우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왜 말을 하지 않느냐고, 어서 말을 하라고 닦달했습니다. 모두, 제가 말을 못 한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는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그들은 사람입니까. 아니면 제가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대한 건가요. 사람이건 아니건 그들의 말은 제 안에 쌓입니다. 제 움직임은 말이 되지 못한 채 흩어집니다. 저는 쌓인 말에 수시로 숨이 막힙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제 움직임은 커져만 갑니다. 짐승이 되어 가는 기분입니다. 결국 사람이 아니게 됩니다. 역시 여긴 다른 세상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아니게 된 저는, 당신이 부럽습니다.

2017.09.07.2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