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안에 앉아 마음을 세공했다
까마귀가 무서워
반짝이는 건 서랍 깊은 곳에 두고
빛을 삼키는 것들만 들고나갔다

이가 빠진 책장 그늘에 앉아
당신의 하루를 상상했다
책에 묻은 바깥 냄새를 맡으며
책장은 세길 수 없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빈 서랍 안에선 까마귀가 울고
책장과 책은 서로의 고향을 묻는다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는 마음을
머리끝까지 덮고 죽은 시늉을 한다

잡을 수 없을 만큼 오래 다듬어도
빛나지 않는 마음을
한껏 들이마시고
기침을 한다

다시 돌을 뱉는다

2019.04.06.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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