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홀로 깊은 밤입니다. 빛이 빠져나가면 바다의 바닥처럼 밤이 보여요. 아득한 하늘의 바닥이 땅을 덮습니다. 꿈틀대는 절벽과 반짝이는 소금이 쏟아질 듯 땅을 바라봅니다. 달은 등대 불빛처럼 바닥을 훑으며 지나고 밤은 계속해서 뒤로 밀려납니다. 가라앉고 뒤처진 것들과 함께 낮에서 가장 먼 곳까지. 더 깊고 더 늦게.
습관처럼 밤의 깊이를 잽니다. 가장 깊은 곳을 찾으면, 아무리 오랜 뒤에도 떠오르지 못할 만큼 깊은 곳을 발견하면 그곳에 묻히고 싶다던 사람이 있었어요. 하릴없이 익숙한 깊이만 맴도는 저는, 연락이 끊긴 다음부터 밤의 가장 깊은 바닥이 그 사람만큼 높아졌을까 늘 궁금했습니다.
안아주는 건 밤의 몫입니다. 밤의 품에서 부유하는 건 어린 시절의 유일한 놀이였습니다. 가장 오래된 기억이며 버릇입니다. 나는 사라질 듯 선명하게 바닥과 바닥 사이를 떠다닙니다.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조각이 되었다가 방 안을 메우듯 거대해집니다. 땅으로 스며들고 공기 중에 흩어지는 나를 봅니다. 내게 평온은 오래도록 그런 모양이었습니다.
낮은 늦을 줄 몰라서 항상 해일처럼 밀려옵니다. 가라앉고 뒤처진 것들을 밀쳐내며 재촉합니다. 평온은 비눗방울 같아서 차오르는 낮의 입김만 닿아도 부서집니다. 반짝임은 사라지고 찌르는 해와 파도치는 구름만 남습니다. 몸을 가린 그림자마저 빼앗긴 달이 도망치듯 바삐 걷습니다.
잠깐 육지에 나왔다 바닷길이 닫혀 돌아가지 못한 사람처럼 바다만 보며 서 있습니다. 집은 눈앞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다시 바닥을 마주하면 조금 더 멀리 가자고 습관처럼 다짐합니다. 뒤를 돌아본 누구도 보지 못할 만큼 늦고 떠오르지 않을 만큼 깊은 밤으로 가자고. 연락이 끊긴 그 사람을 찾아 달빛을 따라 밤의 바닥으로. 밤을 기다리며 되뇌어 봅니다.

2018.04.08.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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