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랑하는 것만큼 무익한 것이 있을까요. 누가 그랬어요. 사랑이 밥 먹여주느냐고 하지만 밥 먹고 살고 싶게 하는 게 사랑이라고. 왜 난 안 그래요. 사랑할수록 나를 지우고 싶은 건 왜예요. 자꾸 잠을 못 자고, 수시로 멍해지고 재채기처럼 눈물이 나요. 갑자기 당신이 미웠다가 그런 내가 싫고, 나만 없으면 다 괜찮아질 것 같고 그래서 잠이 들면 깨고 싶지 않고, 또, 또…
아무리 생각해도 도움이 안 돼요. 잃어버린 게 없는데 자꾸 뭘 잃고 있는 기분이에요. 마음이 새어나가나 봐요. 무너지는 것보다 그 잔해가 당신에게 닿을까 봐, 그게 가장 무서워요. 악취를 숨기려 몸을 싸매듯 나를 감춰요. 좋아하게 된 날부터 난 당신을 멀리해야 했어요.
잠시 고였다 사라질 빗물이라 생각했는데 못이 되었어요. 흘려보낼 수 없는 마음이 썩어가요. 햇빛이 읽을까 적지 못하고 달빛이 들을까 말하지 못해요. 물이 땅을 녹이듯 자꾸만 안으로 파고들어요. 그래서 마음도 깊어진다고 하나 봐요. 처음엔 손가락 한 마디도 잠기지 않았는데 이젠 바닥이 보이지 않아요. 탁하고 깊은 못이 무섭고 부끄러워요. 감추려 발버둥 치는데 손을 휘저을 때마다 물결이 만져져요. 이미 난 못에 잠겼나 봐요. 움직일수록 물방울만 사방으로 튀어요. 난 어떡해요. 쓸데없는 마음이라, 쓸 데 없는 마음이라, 자꾸만 나를 지우고 싶어요.

2018.04.17.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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