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했던 말을 기억하시나요. 가끔 궁금합니다. 적지 않은 말을 주고받은 것 같은데, 그중 서로의 기억에 남은 건 얼마나 될까요. 까마득한 강 건너편까지 종이비행기를 날리겠다며 애쓰는 사람처럼 신중히 말을 고릅니다.
어제는 많이 울었어요,라고 차마 하지 못해 어제는 유난히 춥지 않았나요, 같은 말을 합니다. 겹겹이 쌓인 포장을 뜯고 뜯어도 끝내 나오지 않는 선물처럼, 겨우 고른 말을 모두 흐트러뜨리고 저를 숨길 말만 쌓아 보냅니다. 어리석은 짓인 걸 알지만 제게 말을 구분하는 건 여전히 너무 어려운 일이라, 끝에 남는 건 가장 가벼운 말 뿐입니다. 그러니 혹여나 친절한 바람 덕에 강 건너편까지 비행기가 닿는데도 그건 저와 강 건너만큼 먼 이야기일 겁니다. 
얼굴과 이름을 모두 선명히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점점 적어집니다. 몇 명이나 저를 기억할까요. 저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 중 제가 잊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어쩌면 누군가 지금, 제게 던질 종이비행기를 접고 있진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면 기대보다 미안한 마음이 앞서는 이유는 왤까요.
비행기가 되지 못한 채 구겨져 바닥에 버려진 종이에서 저를 찾습니다. 저를 담은 말은 그렇게 바닥을 나뒹굴고, 점점 잊히다 결국 저와 가까운 말은 한 문장도 남지 않을 겁니다. 그동안 제가 잊은 말들은 어디로 굴러갔을까요. 강물에 해져 종이도 말도 아닌 무엇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말이 저 강물 안에 흩어져 있을까요.
종일 신중히 골라 고이 접은 비행기 하나를 발치에 내려놓습니다.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바라보다가 비슷한 색감의 종이 한 장을 듭니다. 비행기,라고 부르기엔 왠지 부끄러운 무엇을 접어 힘없이 던져봅니다. 공중에 작은 리본 하나를 그린 비행기는 강물 위에 떨어져 그대로 멀리, 빠르게 사라집니다. 그 모습을 하염없이 보다 고개를 숙이니 발치엔 널브러진 종이 몇 장뿐입니다. 아무것도 담지 못한 포장이 또 한 겹, 두꺼워지는 겨울입니다.
202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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