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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는 이야기. 2011.04.09



세상에서 가장 멋진 왕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비가 살고 있었다.
왕과 왕비가 다스리는 왕국은 늘 평화롭고 풍족했다.
누구도 불행하지 않았고 슬퍼하는 이 하나 없었다.
누가보아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국이었다.

다만 한 가지 온 백성이 걱정하는 일이 있었다.
왕과 왕비에게 오래도록 아이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달이 해보다 밝게 빛나던 밤, 왕과 왕비에게 아이가 생겼다.

왕과 왕비는 처음 갖는 아이에 기쁨과 설렘을 느꼈다.
왕국은 연일 축제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진심으로 기뻐했다.
왕과 왕비의 아이라면 천사같이 예쁜 아이가 태어날 거라며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르고 수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딸이었고

꼽추였다.

왕과 왕비는 큰 충격에 빠졌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첫 아이가 꼽추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왕비는 정신을 잃었고 왕 역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왕과 왕비는 고민 끝에 아이를 숨기기로 했다.

아이를 축복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누구도 아이를 볼 수 없었다.
태어난 아이가 너무 병약해 사람을 만나거나 외출을 하는 건 무리라고 했다.
아무도 아이를 보지 못하자 사람들 사이에선 아이가 죽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아이의 이야기를 입에 담는 일은 금기시되었고, 시간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흘러갔다.

몇 년이 지나고 왕비는 둘째 아이를 낳았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둘째 아이는 천사같이 예쁜 모습이었다.
많은 이들의 축하와 축복이 몇 날 며칠을 쉬지 않고 이어졌다.
사람들은 이미 첫째 아이를 잊은 듯 했다.

사람들의 기억과는 상관없이,
첫째 아이는 건강히 자라 어느덧 소녀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소녀는 자신이 공주라는 것조차 모른 채 성에서 가장 높은 옥탑 방에 갇혀있었다.

소녀를 찾아오는 사람은 보모 한 사람뿐이었다.
소녀의 세상은 보모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전부였다.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소녀에겐 잔인하리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창밖으로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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