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지고 색이 바랜 유화를 복원하듯
흑백 사진을 색칠하던 밤이었다
눈 내리는 밤엔 창을 칠했다
물감은 쉽게 지워지고 입김은 오래 남았다
밤새 부끄러운 성당이었다

손끝에 굳은 물감을 손톱으로 긁어내면
알록달록한 먼지가 만들어졌다
곱게 쓸어 모은 먼지를
잘라낸 열개의 초승달에 붙여
찢어진 캔버스를 이었다

흔적 없이
우는 일에 능숙해진 겨울이었다

20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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