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세탁기가 있었다.
들어가 앉아 문을 닫고 온 몸이 떨릴 만큼 서럽게 울고 나오면
조금은 깨끗해진 기분이었다.
햇볕 대신 형광등 아래 누워 물기를 말리다 보면
세탁기 안에서 흘려보낸 것들은 어디로 갈까 궁금하기도 했다.
바싹 마른 마음을 고이 개 내일을 준비한다.
잠이 들면 가로등이 켜진 좁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삐 돌아가는 세탁기들이 줄지어 선 마을을 헤매곤 했다.
울음소리에 흔들리는 마을이 있고
쉽게 더러워지는 내가 있었다.

2018.01.28.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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