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게 옮은 병을 앓는다. 무방비하게 아프고 겨우 견디다 밤이 되면 신음한다. 병에 걸린 날부터 삶을 확인하는 방법은 고통뿐이었다. 아프지 않은 부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어제로 인해 아픈 난 그렇게 살아있다는 걸 확인한다.
몸은 거대한 충치가 되었다. 치료를 받아도 어딘가는 반드시 썩어 들었다. 병원을 옮기고 올바른 잇솔질을 배우고 이에 좋다는 약을 먹어도 마찬가지였다. 때우고 때우길 반복하며 어제보다 작아진 나는, 그럼에도 계속해서 아팠다. 아프지 않은 건 내 빈 공간을 메운, 썩은 부위를 채운 내 것이 아닌 것들뿐이었다. 내 것이 아닌 것들도 모두 채우면 고통도 사라질까, 그럼 그건 언제의 누구일까. 적어도 오늘의 나는 아닐 것이다.
조금 있으면 만날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로 인해 병을 앓을 것이다. 혀끝으로 치아를 세듯 몸의 마디를 만진다. 아프지 않은 부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2018.01.29.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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