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을 넘게 기르던 고양이가 죽어 묻어준 다음 날, 잠에서 깬 남자는 무언가 사라졌다는 걸 느꼈다. 그날부터 보름이 넘도록 왠지 모르게 피곤하고, 이상할 정도로 몸의 기운이 없는 날이 계속되었다. 처음엔 고양이를 잃은 상실감 때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점점 증상이 심각해지자 남자는 병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신장이 하나 없으시네요, 수술 언제 하셨어요. 남자는 신장은커녕 맹장 수술조차 한 적이 없었다. 그의 몸에 수술 흔적이 없는 걸 확인한 의사는 결과가 잘못 나온 것 같다며 남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시 검사를 했다. 결과는 같았다. 남자의 몸에는 신장이 하나뿐이었다. 올해 초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만 해도 남자의 몸에는 이상이 없었다. 채 일 년도 안 되는 사이에 신장 하나가 사라졌다. 남자는 물론 의사조차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외엔 어떤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이랄지 남자의 하나 남은 신장은 건강했다. 의사는 만약 지금 그가 겪는 증상이 사라진 신장 때문이라면, 몸은 오래지 않아 거기 적응할 것이고 건강도 회복될 것이라 말했다. 의사의 말을 믿을 수 없던 남자는 이튿날 다른 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그가 알게 된 건, 어제 본 의사가 참 차분한 사람이었구나, 라는 사실뿐이었다. 병원에서 돌아오며 남자는 많은 생각을 했다. 결국 그는 고양이가 죽은 날 자신의 신장 하나도 사라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추론이었다. 몸에 이상이 나타났던 날을 떠올려보면, 그날은 아니더라도 그쯤 언젠가가 분명했다. 꿈같은 얘기지만 현실이었다. 남자는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고민했지만, 의사의 말대로 그의 몸은 점차 하나뿐인 신장에 적응했고 이내 아무 일 없던 듯 건강을 되찾았다. 대부분의 고민이 그렇듯 사라진 신장에 대한 생각 역시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 희석되어 사라졌다. 그럼에도 가끔, 남자는 왼쪽 허리 언저리를 만지며 고양이를 떠올리곤 했다.

2012.05.13.27:56.
Savina & Drones St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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