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하루였습니다. 몇 년이 지나도 이 하루는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삼백육십사일도 아직 낯선데 고작 하루가 어떻게 익숙해질까요.
작년 오늘은 돌아오자마자 잠이 들었습니다. 그 뒤로 며칠이고 자고 또 잤습니다. 당신과 만나는 꿈을 꾼 뒤엔 지칠 때까지 울다 다시 같은 꿈을 꾸길 바라며 잠들었습니다. 그보다 많은 날을 꿈에서조차 볼 수 없음에 울다 잠들곤 했습니다.
어떤 꿈을 꿔도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하루를 꼬박 걸어야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제 키보다 몇 백 배는 높은 성을 하루에 벽돌 하나씩 빼며 무너뜨리려는 사람처럼, 그렇게 매일을 보냈습니다.
기다림만큼 존재감이 선명한 게 또 무엇이 있을까요. 눈이 마주치는 순간 잡아 먹히고 맙니다. 벗어날 수 없는 기다림의 뱃속에서 다시 일 년을 살아갑니다.
가끔은 기다리며 기다림이 아닌 삶을 살기도 합니다. 꽃이 어떻게 피는지,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은 어떤 빛인지, 비오는 날 달팽이는 어딜 그리 바삐 가는지, 당신에게 할 이야기를 모으며 보냈습니다. 정작 당신을 만났을 땐 한 마디도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하루는 당신도 저도, 말을 잃어버린 시간이었습니다.
글을 쓰려합니다. 오늘은 어제와 어떻게 다르게 아름다운지, 매일의 아름다움과 그 사이에서 당신을 그린 저를 글로 남기겠습니다. 시간은 글이 되고, 일 년 뒤 도착한 편지는 당신 곁에 제가 될 겁니다. 일년의 사이를 두고 함께 할 수 있도록, 매일의 저를 쌓아가려 합니다. 익숙해지지 않는 시간에서, 떨어져 있어도 함께 하는 방법을 익혀가려 합니다.
그리하여 오늘부터 저는, 내년의 당신과 오늘의 제가 함께 할 수 있도록, 기다림을 남깁니다.

2016.07.0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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