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을 맞춘 것도, 그러려던 것도 아닌데 해가 뜰 때쯤 깼어요. 스마트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고 습관처럼 포털 사이트를 켜보니 일출 시각이 검색어에 떠 있더라고요. 창을 보니 어둡다고도 밝다고도 못할 정도의 밝기였어요. 해 뜨는 시간을 확인하진 않았어요. 몇 년 전 바다에 갔을 때, 해돋이를 보기 위해 새벽부터 바닷가에 나가 기다렸지만 잔뜩 흐린 하늘 때문에 한참 뒤에야 구름 사이로 떠오른 해를 보았어요. 차마 해돋이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곳에서야 얼굴을 내민 해를 보며, 해돋이는 시간보다 날씨가 중요하단 걸 알았어요.
오늘은 그 반대였어요. 집 앞에 나갔을 땐 이미 하늘이 파랗게 밝았고, 해도 지평선보다 높게 떠 있었어요. 그럼에도 두꺼운 구름이 지평선 위에 이불을 덮은 듯 낮고 넓게 깔려 있었고, 하늘에도 듬성듬성 퍼져 있어 해 주변엔 붉은빛이 선명히 번지고 있었어요. 이 정도면 해돋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새해를 맞았어요.
점심을 지나 저녁은 조금 못 미쳐 깜빡 잠이 들었어요. 간밤 적게 잔 것도 아닌데 밤처럼 곤히 잤어요. 새해 첫날의 절반을 그렇게 보냈어요. 계속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은 잘 나지 않아요.
늦은 밤에야 깼어요. 삶은 고구마 하나를 커피와 함께 먹었어요. 종일 자서 그런지 허기는 쉽게 채워졌어요. 글쓰기 전 음악을 고르다 예전에 한창 들었던 밴드의 노래가 생각나 검색해 보았어요. 새 앨범이 작년에, 그러니까 나흘 전에 나왔더라고요. 더 늦기 전에 알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앨범을 재생했어요. 인사를 건네는 첫 곡이 흘러나왔고, 이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당신은 새해 첫날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혹 만족스럽지 않았다 해도 겨우 하루인걸요. 올해는 분명 당신에게 좋은 일로 가득한, 행복한 한 해가 될 거예요. 그러니까 종일, 이 한마디를 하고 싶었어요.
2019.01.01.27: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