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빌라 한 동이 사라졌다. 새벽에 우유를 배달하던 대학생은 사라진 건물을 찾아 동네 한 바퀴를 더 돌아야했다. 주변엔 이미 사람이 살지 않는 건물뿐이었다. 몇 해 전 재개발 구역으로 선정되면서 사람들은 스스로 혹은 누군가에게 떠밀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주변을 통틀어 빌라에 사는 세 가구 여섯 명만이 남아있었다. 대학생은 결국 우유 두개를 배달하지 못 했다. 우유를 남겨갔다가 어느 때보다 혼이 난 경험이 있던 대학생은, 배달하지 못 한 우유 두 개를 마신 뒤 빈 팩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정오가 되어서야 집배원을 통해 빌라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소식은 인터넷에 먼저 퍼졌다. 누군가는 마을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말했고, 북한이 미사일을 쏘았다, 정부에서 비밀리에 실험을 했다, 밤새 굉음을 들은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소문은 관심을 먹고 자라났다. 방송국이 차례로 빌라 실종사건을 보도했고, 내로라하는 대학교수와 전문가들이 의견을 내놓았지만 결론은 하나같이 조사를 해봐야 알 것 같다, 였다. 추가보도가 계속되었지만 떠도는 소문을 정리한 하나마나한 얘기의 반복일 뿐이었다. 그러던 중, 사라진 빌라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으며, 재개발로 피해를 보게 된 누군가가 허위 사실을 퍼트린 거라는 주장이 새롭게 떠올랐다. 뒤이어 답을 찾지 못하던 언론과 전문가들이 사건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였고, 사람들은 빌라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지역 사람들의 증언은 물론 빌라의 모습이 담긴 예전 사진과 영상이 의심을 받았고, 처음부터 그런 건물은 없었다, 이미 오래 전에 허물어 사라진 건물이다, 등의 주장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결국 사건은 진위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공허한 논쟁이 되풀이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에 피라미드나 에펠탑을 지운 사진과 함께 밤새 무엇이 사라졌어요, 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빌라가 우주선처럼 발사되거나, 바퀴나 발을 달고 이동하는 등의 합성 사진이 경쟁적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하루 동안 사람들 입에서 바쁘게 오르내리던 빌라 실종사건은, 이튿날 터진 어느 연예인의 열애설에 묻혀 사라졌다. 인터넷엔 연예인의 예전 사진과 인터뷰 자료를 통해 찾은 열애설의 증거가 속속 올라왔고, 기사와 방송에는 연예인의 지인과 측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이후 지하철 난동 사건과 성폭행, 또 다른 연예인의 이혼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인터넷과 각종 언론을 뒤덮었다. 빌라 실종 사건은 처음부터 없던 일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졌다. 모든 것을 기억하기엔 사건이 너무 많았고, 유명인의 스캔들이나 이혼, 지하철에서 난동을 부린 누군가의 영상에 비해 빌라 실종 사건은 현실적이지도, 그렇다고 자극적이지도 않았다. 새로운 소문은 하루에도 몇 개씩 쏟아졌고, 전문가와 교수들은 해야 할 일과 말이 너무나 많아 무언가를 조사할 시간이 없었다. 두 달이 채 가기 전에 빌라가 있던 곳엔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반년이 지난 뒤엔 사라진 빌라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건물이 그 자리에 세워졌다. 앞 다투어 이사 온 이들 중 누구도 그 곳에서 한 동의 빌라가 사라졌음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들은 충분한 돈을 지불했기에 그런 일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아무도 사라진 빌라에 살던 여섯 명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2012.05.02.23:05.
Radiohead Karma Poli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