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새벽부터 바닷가에 나와 있다. 남자는 멀찍이 서서 여자를 바라본다. 남자가 마을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간혹 잠이 오지 않는 새벽, 바닷가에 나와 보면 늘 같은 자리에 그녀가 서 있었다. 여자는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다만 보았다. 해가 지면 집에 돌아갔고, 다시 날이 밝으면 어김없이 바다로 나왔다.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벌써 몇 달째라 했다. 마을에 딱 하나뿐인 구멍가게에도 들리지 않고, 우편으로 무언가가 오는 것도 아닌데, 밥은 제대로 챙겨 먹는 건지 모르겠다며 여관 주인아주머니는 말씀하셨다. 왜 저러고 있는 거냐는 물음에 낸들 아냐고 답하셨지만, 이내 죽은 자식 때문이라며 말을 이으셨다.
아주머니의 말씀대로라면 여자는 작년 이맘때쯤 혼자 마을에 왔다. 한껏 배가 부른 몸으로, 짐이 가득한 가방 하나를 끌고 이사를 왔다고 한다. 여자는 일을 구하지 않았고 사람들과 대화도 거의 나누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본 여자의 모습은 이따금 가게에 들러 얼마 되지 않는 먹을거리를 사 가거나, 해가 질 때쯤 혼자 바닷가를 걷는 것이 전부였다. 사람들은 여자가 임신한 몸인 데다 아직 마을에 적응하지 못해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사 온 지 두 달이 되지 않아 여자는 아이를 낳았고, 다시 채 두 달이 가기 전에 아이는 그녀의 곁을 떠났다. 마을 사람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아이를 낳을 때도, 죽은 아이를 바다에 뿌릴 때도 여자는 혼자였다. 아이를 낳은 뒤엔 외출조차 하지 않았고, 아이가 죽은 뒤엔 지금처럼 바다만 볼 뿐이었다. 심지어 아이가 태어났다는 사실도 옆집 사람이 아기 울음소리를 들어서 알았다. 아이가 죽은 것 역시 여자가 바닷가에 재를 뿌리는 모습을 누군가 우연히 보았기에 알 수 있었다. 상황이 이러니 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여자가 제대로 생활은 하고 있는 건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여자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었다. 기척이라도 했으면 도와줬을 텐데, 사람이 왜 그렇게 야박한지 모르겠다며 아주머니는 혀를 차셨다. 애비가 누군지 참 몹쓸 놈이라고, 지 자식이 태어났다 죽은 걸 알기나 하는지, 하긴 그걸 안다면 저년이 저러고만 있지는 않을 거라고 하셨다.
남자는 오늘따라 무슨 바람이 분 건지 바닷가 입구까지 나가 여자를 바라보고 섰다. 오가며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여자만 보며 오래 서 있는 건 처음이었다. 여자는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바다만 보았고, 남자는 그런 그녀를 보고 있었다. 지나가던 마을 어르신은 남자에게 그렇게 서 있는 건 저년 하나로 충분하니 괜히 이상한 거 따라 하지 말고 얼른 들어가라고 말씀하셨다. 해가 지며 바다 위에 붉고 긴 선을 긋자 여자는 그제야 몸을 돌렸다. 발치만 보며 걷던 여자는 마을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남자를 발견했다. 일 년 반 만에 만남이었다.

2012.05.28.29:00.
Clazziquai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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