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는 어김없이 감기와 함께 왔다.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남자는 봄과 가을만 되면 감기를 앓았다. 신기할 정도로 평일엔 괜찮았다. 머리가 지끈거리거나 콧물이 흐르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눈치챌 만큼 티가 나진 않았다. 그러다가 꼭 휴일만 되면 흔들었던 탄산음료의 뚜껑을 열듯 감기 기운이 폭발했다. 별로 심각하단 생각 없이 잠이 들었다가도 아침이면 몸살 기운에 일어나는 것조차 힘겨웠다. 씻기는커녕 종일 밥조차 먹지 못하고 꼼짝없이 누워 하루 이틀을 보내야 했다. 그럴 때마다 남자는 자신이 아픈 걸 누군가 알아주길 바랐다. 휴일이 아니라면 직장 동료에게 빈말이라도 어디 아파요? 한마디 들을 수 있을 텐데.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아프단 얘길 먼저 하거나 SNS에 글을 올리는 것도 괜스레 민망해 남자는 혼자 끙끙대며 감기와 싸워야 했다. 종일 앓다가 겨우 정신을 차릴 때면 남자는 감기 기운이 아닌 외로움에 더 힘들곤 했다. 아플 때 가장 먼저 연락해 아프다고 징징댈 수 있는 사람. 걱정할까 봐 아프다는 말은 못 하고 쓸데없는 말만 돌려하다가 감기 조심해, 한 마디 하고 전화를 끊을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니 그저 더는 혼자 아픈 일이 없었으면.
남자는 또 한 번 홀로 감기를 앓고 있다. 가을이다.

2012.09.19.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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