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누구의 부탁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 널 알아갈수록 내 의문은 깊어진다. 넌 진정 날 사랑하는 걸까.
고백을 앞두고 내가 두려웠던 건 거절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는 승낙. 차마 거절하는 것이 미안해 알겠다고 할까봐, 단지 그 이유로 날 만나고, 후에 네가 날 떠올렸을 때 느끼는 감정이 오직 미안함뿐일까봐 난 마지막까지 망설였다. 누군가 모든 고백은 이기적이라 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네가 내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치졸한 이기심에 난 네게 고백했다. 그렇게 너와 내가 만나게 되었다.
내가 사랑한다 말할 때면 너 역시 사랑한다 했다. 한 번도 네가 먼저 사랑을 말한 적은 없었다. 다툼은 언제나 너의 사과로 끝이 났다. 나의 작은 투정에도 넌 늘 미안하다고 했기에 다툼이라 조차 할 수 없는 일뿐이었다.
한 번은 내 스스로 분에 못 이겨 넌 왜 늘 미안하다는 말뿐이냐고,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냐고, 왜 이렇게 사람이 착하기만 하냐고, 날 사랑해서 만나긴 하는 거냐고 쏘아댔다. 난 네가 화를 내거나, 아니면 최소한 내가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며 지친 기색이라도 보여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넌 모든 것이 미안하다며 사랑한다고, 날 사랑한다고 말했다. 결국 넌 또 미안할 뿐이었다. 내가 원한 건 그게 아니었다.
어렵게 털어놓은 내 얘기에 친구들은 그렇게 미련할 정도로 착한 사람이 어디 있냐고 했다.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아는 넌 미련하다는 소리를 듣고도 남을 만큼 착한 사람이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너의 진심을 의심하는 내가 밉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지울 수가 없다.
헤어지자는 말을 앞두고 난, 네가 차마 거절하는 것이 미안해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할까봐, 시작이 그랬듯 마지막까지 너에게 그저 미안함뿐인 사람으로 남을까봐 두렵다.

2013.03.27.28:42.
Birdy Skinny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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