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잊을 만도 한데, 이맘때만 되면 여자는 어김없이 이 문장을 떠올렸다.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특별히 떠오르는 일도 없다. 어느 날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여자를 사로잡으며 그녀를 사람들로부터 격리시켰다.
사람들은 그녀가 어렵다 했다.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가까이 하기 힘든 사람이라 했다. 여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그들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그녀는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것이 어려웠다. 어쩌면 두려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과 가까워질수록 여자는 무서웠다. 저 사람은 아직 나를 모른다. 조금 더 가까워지면, 보다 나를 잘 알게 되면 틀림없이 멀어질 것이다. 버림받을 것이 분명하다. 비슷한 일을 겪은 기억이 없음에도, 자신의 생각이 막연한 공포라는 걸 알면서도 여자는 걱정을 떨쳐낼 수 없었다.
버림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여자를 매사에 초조하게 했다. 조금이라도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여자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거나 빚을 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을 혹사시키면서라도 어떻게든 맡은 일에서,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 애썼다. 능력은 모든 것을 긍정한다 했다.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랑 받을 수 없다면 일에서라도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음과 몸 중 어느 쪽이 먼저 망가지기 시작한 건지 모르겠다. 무리하는 일이 이어지면서 여자는 수시로 앓아눕곤 했다. 몸이 아픈 것보다 누구에게 아픈 티 한 번 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욱 그녀를 힘들게 했다. 그럴 때마다 시간은 더디게 흘렀고, 그녀의 외로움은 짙어만 갔다.
결국 사람들과 먼저 멀어진 것은 여자였다. 누구를 만나고 어디에 있어도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기에, 늘 버림받기 전에 천천히 멀어지는 쪽을 택했다. 몇 번의 만남을 거절하고, 한동안 연락을 끊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두 번의 계절, 가까워지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렸든, 멀어지는 데는 늘 그 정도만 필요했다. 그렇게 여자는 시간을 거리로 두기 시작했다. 나아지는 건 없었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안 좋아지는 것 또한 없었다.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또 한 번의 이별을 앞두고, 여자는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을 읊조려본다.

2013.10.03.26:22.
이소라 T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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