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미워했던 모두가 잠든 내 곁에 다가와 나를 쳐다보던 밤이었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깨어나 한참을 눈 뜨지 못한 채 신음했다. 손톱을 물어뜯던 쥐는 옥상 문을 열지 못해 계단 사이로 떨어졌다. 종일 먼지를 마셔 흐릿해진 눈을 비비며 돌아오면 손바닥 만한 무덤 하나를 새로 파야했다. 오늘 분의 죽음만큼 손톱이 자랐다. 건물 그림자 안엔 가지런히 줄지어선 검은 손톱이 가득했다. 동물을 땅에 묻으면 안 돼요, 일반폐기물로 버리셔야 합니다. 버리셔야 합니다. 하여 손톱은 고스란히 내가 저지른 죄의 증거였다. 죽은 동물을 태운 흔적이 공기 중에 가득해요, 햇빛의 시선을 따라 죽음이 반짝여요. 얼굴 가득 먼지를 뒤집어쓰고 몇 번이고 씻어도 닦이지 않는 시야를 더듬어 침대로 간다. 자리에 누우면 머리카락 깊숙이 숨었던 먼지가 머리맡에 쏟아지고 손 끝에선 죄가 자란다. 천장의 뒷면에서 먹이를 찾아 달리는 쥐 소리가 방보다 크게 내려앉는다. 눈꺼풀이 나란히 무덤 두 개를 만들며 오늘의 죽음을 알린다. 날 미워했던 사람들이 문 앞에 줄을 서 있다.

2019.02.28.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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