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죽지 못해 슬퍼하는 걸까요.
죽을 때를 놓쳤다며 매일 울어요.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소리 내 읽었어요.
요즘 제가 나누는 대화는 이것뿐입니다.

날 사랑한 적 없다는 거 알아요.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는 일에 익숙해졌어요.
습관이라 숨을 쉬고 병을 앓듯 혼자예요.
비가 오는 날은 소리 내 울어도 괜찮아요.

비문이 된 삶이 부끄러워 쓰지 못해요.
기억되는 건 슬프고 잊히는 건 외로워요.
어느 쪽이 더 익숙한가 가늠해 보지만
어느 쪽도 제가 할 일은 아니에요.

제본이 꺾인 책처럼
망설임의 흔적이 어제와 내일을 집어삼켜요.
오른쪽은 아무것도 적지 못한 채 젖은 페이지뿐이에요.
마침표는 번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2018.04.03.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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