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져. 너와 나를 아는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지금 헤어지면 후회하지 않겠냐고, 한 번 더 생각해 보라며 늘 말리던 친구도 이젠 아니라 했다. 더 이상 만나봐야 서로 힘들기만 할 거라고, 헤어져야만 한다고 누구보다 강하게 말했다. 사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끝내야한다는 걸. 사람 사이에 틀린 게 어디 있어, 그냥 다른 거지. 그래, 너와 난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 너는 눈떠서 잠드는 순간까지 수시로 연락하는 사람이었다. 다투는 일이 생기면 서로의 감정이 풀릴 때까지 얘기해야 했다. 나는 각자의 하루를 보낸 뒤 그 끝에 연락하는 사람이었다. 서로에게 감정이 상할 때면 짧게라도 스스로를 진정시킬 시간이 필요했다. 너는 어딜 가든 사람들과 빠르게 친해지고 관계도 잘 이어갔지만, 나는 어떻게 사회생활을 할까 싶을 만큼 가까운 사람이 없었다. 너는 많은 대화를 통해 말을 골랐고 나는 오랜 고민 끝에 나온 문장만 말했다. 서로 다른 지점에서 무심함을 느끼며 서운해 했다. 그럼에도 좋아한다는 한 가지는 같아서, 모든 다른 점을 덮을 만큼 그 마음이 커서 여기까지 왔다.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뒤로 오해는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불협화음이 협화음이 된 건 아니었다. 이해한다는 말로 애써 서운함을 감추는 일만 반복됐다. 어쩌면 이해한다는 말은 너와 난 역시 다른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뜻이었는지 모른다. 차라리 네가 나쁜 사람이라면 나았을까. 그런 생각도 해봤다. 상종하지 못할 만큼 못된 사람이라면 좋겠다고, 그러면 오히려 헤어지기 쉬웠을 텐데, 미워하기 편했을 텐데, 두고두고 헤어지길 잘 했다고 생각할 텐데.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거란 걸 안다. 너와 난 너무 다르게 생긴 도형이고, 서로를 맞추려면 한 쪽이 아니라 양 쪽이 다 자신을 바꿔야 하는데, 이미 그건 안 된다는 걸 두 사람 다 너무나 잘 안다. 끊어내면 되는 관계다. 고민할 것 없이 헤어지면 두 사람 모두 더 상처 받는 일은 없을 거다. 나아질 거라 확신할 수 있다. 만나기 전부터 머리는 수없이 말렸던, 아주 당연한 일. 그럼에도, 그때도 하지 못한 일. 답을 알지만 쓸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눈앞에 빈칸을 채우면 더는 힘들지 않을 텐데, 결정적 패를 손에 쥐고도 내려놓지 못한다. 여전히 서로 너무 다른 너와 내가 딱 한 가지 같은 점이 있어서, 헤어지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고, 어떻게든 찾아내야 한다고 있지도 않은 답을 찾고 있다.

2018.03.26.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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