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을 잘랐습니다

2023. 12. 29. 23:49 /2015-

오늘도 유서처럼 편지를 쓰다 잠이 들었습니다
저는 늘 먼저 이별하는 사람입니다
보내지 못할 글을 적으며
다음엔 어디서 살아갈 이유를 찾아야 할지 막연해집니다

지난 밤 꿈에선 제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른 새벽마다 잠이 깨는 건 다독여줄 사람이 없어서일까요
귀마개를 뺀 세상은 시끄럽고 귀마개를 낀 저는 소란스럽습니다
모두 소음 때문이라고 거짓말합니다

어떤 계절이 절 반겨줄까요
아이들의 이름엔 부모의 바람이 담겨있어
평생 주문처럼 불리며 살아간다는데
불러주는 이 없는 제 이름은 고요하기만 합니다

궁색하게 빌린 행복이 갚지 못할 슬픔이 되어 돌아옵니다
조금만 가난하게 슬플 순 없을까
오늘은 충분히 울었다 생각했는데
꿈에서도 저는 슬픔을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2017.10.20.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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